킬러 문제

고등학생 수학 문제가 혐오에 이용될 수 있는가.

1970-80년대 모스크바 주립대 수학과는 입학 면접 시험에서 그들이 “원치않는” 학생들을 합격자 명단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따로 어려운 문제들을 줬다. 그 “원치않는” 학생들은 보통 유태인 학생들인 경우가 많았고, 이들을 차별하기 위해 기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문제들과는 다른 문제 풀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 문제들의 특징은 지시문은 간결하지만 일반 고등학생이 풀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반면 그 풀이는 키아이디어 하나만 떠올리면 맥없이 풀릴 정도로 굉장히 간단한 문제들이었는데, 이는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시험 문제로 내냐고 클레임을 한다면 이렇게 간단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특정 인종의 학생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문제들은 당시 소련에서 불리던 이름을 직역한 시체 문제(coffins problems), 유태인 문제(Jewish problems), 혹은 킬러 문제(killer problems)로 알려져있다. 오랜 시간동안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로 돌아다니다 몇 년 전부터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 리스트를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한 페이퍼[1]에서 Tanya Khovanova는 자신이 그 문제들을 접하게 된 일화를 소개하였다. Tanya는 자신이 1975년 소련의 올림피아드 계절학교 학생이었을 때, Tanya를 포함한 IMO 소련 대표팀 멤버 8명(당시엔 6명이 아닌 8명이었다)의 학생들은 모스크바의 수학 교사 Valera Senderov로부터 어떤 문제들을 풀어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문제들은 Valera가 개인적으로 모아오던 그 “킬러 문제”들이었고, 자신이 가르치는 유태인 학생들에게 그 아이디어를 가르치기 위해 문제의 풀이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킬러 문제 Khovanova-Radul 리스트
Source: https://arxiv.org/abs/1110.1556

IMO 대표팀 학생들은 열심히 풀어보았지만 Valera가 모아온 문제들 중에서 절반밖에 풀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Tanya의 부연설명처럼 당시 그 학생들이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푼 것도 아닐 수 있고 지금 기준으로는 올림피아드 수준 수학을 어느 정도 공부한 학생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지만, 40년이란 시간 텀이있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흔히 돌아다니는 19세기 후반 MIT 입학 수학 시험 짤처럼 수학 교육은 시대를 쌓아가며 그 양과 질에서 꾸준히 인플레를 보여왔기 때문에 지금 시점이 아닌 당시 시점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수준의 문제들이었던 것.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도 사전지식 없이 대하면 매우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다.)

타임 리프해서 오일러급 수학자가 되고싶으요
Source: https://libraries.mit.edu/archives/exhibits/exam/

다음은 Khovanova-Radul 리스트의 일부 문제들.

8. 정삼각형 ABC와 내부의 점 O가 주어져 있다. \angle BOC=x, \angle AOC=y라고 할 때, 세 변의 길이가 선분 AO, BO, CO의 길이와 같은 삼각형의 세 각의 크기를 x,y를 이용해 나타내어라.

거의 folklore처럼 알려진 문제인데 이쪽이 그 기원인지 당시에도 이미 있는 문제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A를 중심으로 60도 회전시켜 BC로, OO^{\prime}으로 대응되면 삼각형 OO^{\prime}C가 조건을 만족하는 삼각형이 되어 바로 풀 수 있게 되는 그런 문제. 어렵지만 한 가지 키 아이디어(여기서는 회전이동)를 생각하면 풀린다는 시점에서 브레인 티저같은 유형의 문제들이 많다.

10. 3차원 공간에 네 개의 점 A, B, C, D가 있어, 선분 AB, BC, CD, DA가 한 구와 각각 X, Y, Z, W에서 접한다고 한다. 이 때 X, Y, Z, W는 한 평면 위에 있음을 보여라.

A에서 두 접점에 이르는 거리를 AX=AW=a라 두고 마찬가지로 B, C, D에서 각각 두 접점에 이르는 거리를 b, c, d로 둔다. 그리고 A, B, C, D에 각각 \frac{1}{a},\frac{1}{b},\frac{1}{c},\frac{1}{d}의 점질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AB의 무게중심은 X에 놓이게 되고 마찬가지로 각 선분 BC, CD, DA의 양끝점의 무게중심은 각각 Y, Z, W가 된다. 따라서, A, B, C, D 네 점의 무게중심은 X(A, B의 무게중심)와 Z(C, D의 무게중심)의 무게중심이므로 선분 XZ 위에 놓인다. 마찬가지로 이 무게중심은 선분 YW 위에도 놓여야 하므로 두 선분 XZ,  YW는 한 점에서 만나게 되어 증명이 끝난다.

21. 두 평행한 수평선 사이로 단조증가하는 그래프가 주어져 있다. 수직선 하나를 그어 그림처럼 수직선과 그래프 사이에 생기는 영역(빗금친 부분)의 넓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디에 수직선을 그어야 하는가?

답은 이 그래프가 수직선의 두 수평선 사이에 해당하는 선분의 중점을 지날 때. (즉 두 수평선 사이 한가운데를 지나는 평행선과 주어진 그래프의 교점을 지날 때) 그 상태에서 수직선을 옆으로 움직이면 무조건 증가하는 부분의 넓이가 감소하는 부분의 넓이보다 커지게 된다. (혹은 적분식 써서 미적분 기본정리로 증명)

Khovanova-Radul 리스트 외에도Ilan Vardi가 모은 리스트도 있다. 그리고 이 시체문제들은 GoldPlateGoof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영상으로 소개되었고, 고등과학원 웹진 HORIZON의 퍼즐 코너 문제로도 소개된 바 있다.

트윗 타래와 Elegant Math 계정에서 작성한 트윗 타래를 정리. (2018/01/29)

References

[1] T. Khovanova, A. Radul, “Jewish Problems”, arXiv:1110.1556 [math.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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