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어느 방향으로 갔을까

한 자전거가 위와 같은 바퀴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이 자전거는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을 향해서 갔을까?

자전거 바퀴자국을 가지고 방향을 유추하는 문제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프라이어리 학교”에도 등장하는 나름 유서깊은 문제이다.

“자네도 볼 수 있듯이, 이 바퀴 자국을 통해 자전거를 탄 사람은 학교에서 멀어지는 방향이었지.”

“학교를 향하는 방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아니지, 왓슨. 보통 뒷바퀴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더 깊게 파이게 되지. 몇 군데 뒷바퀴 자국이 앞바퀴 자국 위로 지나가고 있으니, 학교를 등지는 방향으로 간게 틀림없어.”

참고로 Edward Bender의 노트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어느 방향을 향하든 뒷바퀴는 항상 앞바퀴 자국 위를 지날 수밖에 없으니 이것만으론 방향을 특정할 수 없다.

자전거의 바퀴자국 문제에서 떠올려야할 원리는 다음 두 가지이다.

  1. 뒷바퀴는 항상 앞바퀴가 땅과 닿는 지점을 향한다. (앞바퀴로 방향을 정하면 뒷바퀴가 그를 따라가는 구조이므로)
  2. 두 바퀴가 땅에 닿는 지점 사이의 거리는 일정하다. (앞바퀴를 회전해도 앞바퀴의 중심은 변하지 않으니 이 거리는 항상 두 바퀴의 중심 사이의 거리로 일정)

1번 때문에 뒷바퀴 경로의 접선을 그으면 반드시 앞바퀴 경로와 만나야 한다. 따라서 아래 그림처럼 “더 구불구불한” 경로의 노란 접선은 나머지 경로와 만나지 않으므로, 이 경로는 앞바퀴의 것이 된다.

이제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 위 그림처럼 뒷바퀴 경로의 접선들을 몇 개 그려 앞바퀴 경로와 두 번 만나는 경우들을 본다. 이 경우 두 선분의 “오른쪽” 부분 길이는 같지 않고 “왼쪽”은 같으니, 2번 원리 때문에 자전거는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갔음을 알 수 있다.

이하는 심화 내용.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앞바퀴자국과 뒷바퀴자국이 위 그림처럼 겹치지 않는 2개의 단순폐곡선을 이루는 경우를 보도록 한다. 뒷바퀴자국은 볼록이며 접선을 항상 그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두 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를 r이라고 할 때 두 곡선 사이의 넓이는 \pi r^2이 된다. 사실 더 나아가서, 도중에 r의 값이 바뀐다고 하면 그 넓이의 값은 \displaystyle \frac{1}{2}\int_{0}^{2\pi} r(\theta)^2 d\theta가 된다. 이 결과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극좌표의 적분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결과를 응용하면 다음과 같은 정리를 얻을 수 있다.

매끄러운 볼록 단순 폐곡선 \mathcal{C} 위로 현 AB가 길이를 유지하며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점 P는 현 AB 위에 AP=a, BP=b가 되도록 현 위에 고정된 채로 함께 움직였다고 한다. 이 때 P가 그린 폐곡선과 \mathcal{C} 사이의 영역의 넓이는 ab\pi이다.

Holditch’s theorem으로 알려진 정리이다. 폐곡선이 어떤 모양인지, 폐곡선 내부 넓이가 얼마나 넓은지는 상관 없이 항상 구하고자 하는 영역의 넓이가 일정하게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학의 파노라마”를 읽으며 처음 접했던 기억.

사실 Holditch가 이 명제를 증명할 때 몇 가지 가정을 했는데,(그래서 엄밀하게는 문제에 주어진 폐곡선의 조건이 좀 더 제한되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현 AB가 움직이면서 내부에 그 자취로 만들어지는 폐곡선(envelope)이 항상 AB와 접한다는 것이었다. AB가 envelope과 접하는 점을 Q라 두고 (P와는 달리 AB 위에서의 상대적인 위치는 바뀔 수 있다) AQ의 길이를 r로 놓는다.

그러면 앞에서 구한 넓이 공식을 적용하면 AQ,BQ,PQ가 움직이며 지나간 영역의 넓이는 각각 \displaystyle \frac{1}{2}\int_{0}^{2\pi} r^2 d\theta, \displaystyle \frac{1}{2}\int_{0}^{2\pi} (a+b-r)^2 d\theta , \displaystyle \frac{1}{2}\int_{0}^{2\pi} (a-r)^2 d\theta 가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AQ,BQ가 지나간 영역은 둘 다 전체 현 AB가 움직이며 지나간 영역과 일치해 두 넓이가 같아야 해서 \displaystyle \frac{1}{2}\int_{0}^{2\pi} r^2 d\theta = \frac{1}{2}\int_{0}^{2\pi} (a+b-r)^2 d\theta이 되고 이를 정리하면 \int_{0}^{2\pi} r d\theta = (a+b)\pi가 된다.

따라서 AB가 지나간 영역에서 PQ가 지나간 영역을 빼면 원하는 영역이 나오는데 그 넓이를 계산하면 \displaystyle \frac{1}{2}\int_{0}^{2\pi} r^2 d\theta - \frac{1}{2}\int_{0}^{2\pi}(a-r)^2 d\theta = ab\pi를 얻는다.

이 증명이 적용되려면 몇 가지 가정을 기초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고 일반화한 결과에 대해서는 [1]을 참조.

Elegant Math 계정에서 작성했던 트윗 타래트윗 타래를 정리. (2016/07/30, 2016/08/14)

References

[1] A. Broman, “Holditch’s Theorem” Mathematics Magazine, Vol. 54, No. 3 (May, 1981), pp. 99-108, DOI: 10.2307/2689793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