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번뜩임에 힌트를 얻어서 패턴을 알아내거나 암호를 해석하는 나조토키(직역하면 수수께끼 풀이) 문제가 많이 있는데, 방탈출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나조토키 판에서 큰 존재감을 나타내는 SCRAP의 경우 한국 방탈출의 원조격인 탈출게임들을 프로듀스해오기도 했다. 덕분에 관련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음. 대부분 한 쪽 정도의 수수께끼/퍼즐들을 배치하고 마지막에는 그 답들을 이용하는 메타퍼즐이 준비되어있는 형태이다. 이런 면에서는 미국의 puzzle hunt와 비슷하기도 함. 물론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어느 정도 친숙해야 풀 수 있는데, 50음도라든가 도도부현, 한자 파자 같은 것이 주로 많이 출제됨.
1. 니코리의 에니그마 (2017/05/10)
펜슬 퍼즐로 유명한 그 니코리에서 나온 책. 스토리를 섞는 내용도 있고 수수께끼들도 충실한 편으로, 계간 니코리에 등장한 유형의 펜슬 퍼즐도 조금 등장한다. 마지막의 메타퍼즐도 재미있긴 하지만 좀 더 꼬았으면+앞의 문제들을 더 많이 이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평범하게 추천. 후속편도 나왔는데(2018/02/10)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이었음.
2. 리얼 탈출 게임 궁극의 수수께끼 책 (2016/06/30)
SCRAP에서 내놓은 책. 몇 가지 문제 유형에 따라 챕터들을 나눠놓았다. 초반 스피드 챕터 같은 수수께끼들은 좀 수수한 편이길래 실망했으나 발상력챕터에서 무조건 최고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어졌다. 이미 푼 퍼즐을 형태를 바꿔 아예 다른 문제로 만들어 풀게 하기도 하고 퍼즐 속에 반전을 설치하기도 하는 등 풀면서 정말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음. 메타퍼즐도 굉장히 잘 짜여졌다.정말 제목이 과장이 아니라 궁극의 수수께끼 책이었음. 전반적으로 그냥 키 아이디어 하나에서 바로 문제화하는 인스턴트 문제가 아니라 고심해서 고안한 문제들이란 느낌이 들었다.
3. 동대 나조토레 AnotherVision으로부터의 도전장 (2017/05/31)
일전에 소개했던 도쿄대 AnotherVision이 “오늘 밤은 나조토레”란 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제한 문제들을 모아 만든 책. 해당 글에서도 한 차례 이 책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는데, 문제는 나쁘지 않는데 앞서 소개한 책들은 대부분 힌트 한두 줄 답 한 문단 정도를 따로 모아둬(랜덤 순서) 문제들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는 편인데 이 책은 문제 1페이지, 힌트 2페이지, 답 1페이지로 두는 바람에 밀도가 많이 낮은 편. 퍼즐들은 평범하게 잘 만들어졌는데 공중파 방송 덕+도쿄대 네임밸류 덕에 이 책이 인기가 높은 편이라 7권까지 나왔다.
4. 퍼즐 속의 SOS (2016/03/25)
퍼즐과 내러티브를 절묘하게 섞은 퍼즐북. 책 곳곳에 여러 장치와 서사의 복선들을 설치해서 최후 파트에 비유와 기믹들의 의미가 모두 밝혀지는 순간 말 그대로 전율을 느끼게 된다. 스토리도 괜찮고 퍼즐들도 다양하고 재밌으며 난이도도 너무 쉽거나 어렵지않게 잘 설정된 편이다. 나조토키 책 한 권만 추천하라면 주저없이 이 책을 고르고 싶을 정도로, 나조토키 좋아하면 정말 일독을 권하고 싶음. 무서운건 퍼즐 제작, 스토리, 텍스트, 만화, 일러스트 모두 저자인 마치다 아야(町田あや)가 담당했다고 하는데 이거 진짜 한 명이 다 할 수 있는 것일까… 니콜라 부르바키처럼 한 명의 이름을 쓰는 단체가 아닐까도 생각했는데 트위터 계정 보면 진짜 한 명 같기도 하고…… 후속작이 나오지 않는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
5. 일본 나조토키 능력 검정시험 기출&연습문제집 2017 (2017/10/13)
SCRAP에서 주최한 일본 나조토키 능력 검정시험 기출 문제와 연습문제 각각 1세트씩 준비된 책.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재서 풀어서 자체적으로 몇 급 정도 되는지 체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시험으로 썼던 문제들인 만큼 진득하게 풀 수 있는 퍼즐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번뜩임으로 깔끔하게 풀리는 문제들 위주. 역시 메타퍼즐이 존재한다. 2018년 봄, 2018년 가을 등 두 권의 후속책이 나와있다. 위의 책들로 많이 풀어본 다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보는 용도로 푸는게 좋을 듯.
트윗 타래를 정리. (201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