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석 선생님 트윗을 보다가 문득 ‘썰물’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밀물’은 ‘밀다’에서 온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썰물’은 그 대립어라고 하기엔 약간 뜬금없는 듯해서…
그래서 찾아보니 ‘썰물’은 중세국어의 ‘당기다’란 뜻의 ㆅㅕ-/혀-에서 나왔다는 듯.[1] 즉 ‘밀물’은 실제로 ‘밀다’에서 나오고 ‘썰물’은 ‘당기다’에서 나온 것이 맞다는 것이다. 중간단계인 근대국어에서는 ‘혈물’이라고 썼다고. (ex. 밀물에 東湖 가고 혈물에란 西湖 가쟈 (가곡원류))
현대국어의 ‘(불을) 켜다’는 ‘혀다’에서 온 것으로 잘 알려져있는데, 실은 이것도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ㆅㅕ-/혀-는 점차 혀-/켜-/써-로 바뀌었는데, 불을 켤 때의 당기는 행위 때문에 ‘당기다’란 뜻을 가진 ㆅㅕ다 > 혀다 > 켜다 순으로 파생되었다고 한다. 원글 제목의 ‘불현듯이’도 여기서 나온 말로 ‘불을 켠 듯이 갑자기’란 의미로 ‘불을 현 듯이’라고 썼던 것이 그대로 내려왔다고 한다. (이쪽은 얼마 전에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도 잠깐 언급되기도 했다) 비슷하게, 현악기를 연주할 때의 ‘켜다’도 (바이올린을 켜다, 해금을 켜다 등) 활을 당겨서 소리를 내는 행위 때문에 역시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한 가지 의문이라면 불을 켤 때의 당기는 행위는 현대라면 연상이 쉽게 되는데 (성냥불이라든지 형광등이라든지) 조선시대에 불을 켤 때 당기는 행위가 들어가는지이다. 트친분들과 이야기해보며 부싯돌이나 활비비 같은 도구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하는 잠정적 결론은 내렸지만 다른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음..
트윗 타래를 정리. (2019/03/05)
References
[1] 김무림, “’불현듯이’, ‘썰물’, ‘켜다’의 어원” 새국어생활, 19(2), 2009. http://www.korean.go.kr/nkview/nklife/2009_2/2009_0206.pdf
한림별곡이 생각나는군요. “혀고시라 밀오시라 鄭少年(정소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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