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S 테트리스에는 두 가지 모드가 있다. A 타입 모드는 플레이하다보면 속도가 올라 게임오버되기 전까지 스코어링을 겨루는 모드로 클래식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십에도 쓰이고 있다. B 타입 모드는 레벨과 높이를 지정하면 필드 위에 특정 높이까지 랜덤한 블록들이 일부 주어져있는 채로 25줄을 깨면 클리어하는 일종의 퍼즐 모드이다. 고를 수 있는 레벨은 0에서 19까지인데, 레벨 13-15는 내려오는 속도가 1줄/4프레임, 레벨 16-18은 1줄/3프레임, 레벨 19는 1줄/2프레임이다. (예전 글인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십의 관전 포인트 참조. 이후 등장할 DAS나 DAS charging 같은 개념도 이 글에서 설명되어 있으니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해당 글이나 해당 글 내에 임베드된 출처 영상을 참조하는 편이 좋을 듯) 높이는 0에서 5까지 선택 가능하고, 5를 선택하면 12줄에 걸친 블록들이 놓여진 상태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즉 19-5, 레벨 19 높이 5는 B 타입 모드의 가장 어려운 스테이지인 셈이다.

이전 글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테트리스에는 DAS(delayed auto-shift)란 개념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왼쪽이나 오른쪽 버튼을 꾹 누르면 처음엔 16프레임의 딜레이가 발생하고 그 후 6프레임마다 한 칸씩 연속으로 이동한다. 레벨 19에서는 2프레임마다 1줄씩 내려오기 때문에 이는 곧 8줄 내려오는 동안 블록이 경직된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만큼 높은 위치에서의 컨트롤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진다. 이 DAS의 벽을 넘기 위한 방법으로 DAS charging(이전 블록을 놓은 순간부터 미리 좌우버튼을 누르기 시작해 다음 블록이 등장하자마자 바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 연타(초당 10회 = 6프레임당 1회씩 연타할 수 있다면 DAS charging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등이 거론된다.

고인물 플레이어들은 DAS가 적용되었을 때 어떤 위치까지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한지를 거의 외우는 수준이고, 그 상황에 따라 앞서 열거한 기술 등을 쓴다고 한다. 여기서는 한 가지 스킬이 더 설명되는데, 좌우 끝에 닿기 직전에 한 번 더 버튼을 탭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프레임 수를 아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Last Second Tap이라고 부르며 이 직후의 블록은 DAS charging을 못하기 때문에 활용하는게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 Last Second Tap도 높이 4 같이 10줄 이상이 차있는 상태에서는 쓸 수가 없는데, 여기에서 주효하게 되는 스킬은 결국 연타(Hypertapping)이며, 원래는 월드 챔피언십 씬에서 그렇게 자주 등장하지 않은 스킬인데 조금씩 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테트리스 월드 챔피언십 레벨에서 노는 플레이어들도 이 모드를 즐긴다고 한다. 연습용으로 플레이하거나, 깨기 힘든 레벨을 클리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19-4도 클리어하기는 거의 힘들기 때문에 이를 클리어한 플레이어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연타를 이용해서 클리어하는 경우도 있고 이용하지 않고 클리어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19-5는 클리어되었단 말이 나온 적이 없는데, 이 영상의 제작자가 검색해보니 누군가가 이미 2019년에 클리어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Marc란 이름의 이 플레이어는 이전까지는 혼자 테트리스를 즐겨왔다가 2018년 독일에서 열린 CTWC 유럽 예선전 당일이 되어서야 이 이벤트를 알게 되어 회장에는 도착했으나 참가할 수는 없었고, 2019년에는 CTWC 유럽 예선전이 NTSC 버전으로 치뤄지는 것을 모르고 PAL 버전으로만 연습하다가 3일 전에야 그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연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럽 예선전 우승을 거머쥔 신예 플레이어.
그는 원래 19-4를 1시간 동안 플레이하다가 잘 안 되어서 디스코드로 19-4 깬 사람은 누가 있냐, 19-5는 누가 깼냐 하고 물어봤더니 19-5는 아무도 깬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말을 듣고 19-5에 도전을 했는데 20분만에 클리어하게 되었다고. 그가 말하는 19-5의 공략법으로는 먼저 가능하면 가장 처음 블록은 맨 왼쪽을 채우고 시작할 것. 시작할 때의 첫 번째 블록은 유일하게 시작 위치를 정할 수가 있는데 그 이점을 살리란 것이다. (또한 테트리스에서 블록은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힘들다)
한 편 그는 또 다른 19-5 공략자를 언급했는데, 14살의 Jake는 이 19-5를 여섯 번이나 클리어했다고 한다. 뿌요뿌요 테트리스 PC판으로 테트리스에 흥미를 느껴 입문했다고…. 2019년 CTWC 캐나다 대회에서 우승한 그 역시 19-5를 시작하고 20분 후에 클리어했다고 한다. 참고로 그는 경험상 이 B 타입 모드에서 좌상단 코너는 항상 블록이 비어있는 것 같다고 인터뷰했는데 이는 실제로 그렇게 코딩되어 있음이 확인된 적이 있다고 한다. Jake가 말하는 공략도 Marc와 비슷해서, 왼쪽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있는 상태의 보드를 플레이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현재 이 둘 이후 몇몇 플레이어들도 19-5를 클리어했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을 만든 aGameScout는 테트리스 플레이어 풀이 미국인들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캐나다나 유럽 플레이어가 족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주목받을만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지역별로 테트리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고 풀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 한국도 예선에 해당하는 대회를 따로 개최하는지 모르겠다.
트윗 타래를 정리. (20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