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올림피아드 현역 선수 시절에 반전기하(inversive geometry)란걸 접한 적이 있었다. 평면 위에서 정의되는 매핑 반전의 여러 재미있는 성질들을 이용해, 특정 기하 문제들을 풀 때 매우 의외의 해법을 주는 도구 중 하나였다.
평면 상에서 점 를 중심으로 하는 반지름
의 원이 주어져 있으면 같은 평면 상의 점
를
을 만족시키는 반직선
상의 점
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 이렇게 정의된
을
의 반전이라 하고, 도형이 주어져 있으면 도형을 이루는 점의 반전 이미지들로 이뤄지는 도형을 그 도형의 반전으로 부를 수 있다. 편의상 원점인
는 무한원점으로 대응되며 그 반대로 무한원점은 원점으로 대응된다고 본다.
그러면 이 반전 사상은 여러 성질을 낳게 되는데, 무한원점을 포함하면 이 매핑은 평면 상에서의 일대일대응이고, 직선을 곡률이 0인 원으로 본다면 원을 원으로 대응시키며, 접하는 두 도형은 그 반전 이미지들도 접하게 된다. 따라서 그림이 주어져 있을 때 반전을 적용시키면 완전히 상관이 없어 보이는 그림이 등장하지만 원래 그림에서의 상황과 동치가 되도록 할 수 있다. 특히 그림에 서로 접하는 원들이 많이 등장한다면 반전을 통해 더 간단하거나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고 이를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방식이 있었다. 일전에 Summer of Math Exposition에서 소개한 Steiner’s porism도 그 중 하나였다.
원과 직선들이 등장하는 평면 기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진이나 그림에 이 반전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하 이런 궁금증에 발코딩해서 직접 구현해본 결과물들이다.

반전은 연속 사상이기 때문에, 그림의 부분들은 약간의 왜곡은 허용하지만 국소적으로 그 형태를 유지한다.

계시 (2020)
벽시계의 숫자들이 위 아래 방향이 일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에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 있고 정돈된 형태처럼 보이지만 radial한 관점에서 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마치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걸 뒤집어서 보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감각.

작은 달의 경계에 중심을 맞추면 월평선을 만들 수 있다.

지금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