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희성 – 픽션과 현실 사이

일본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가끔 희귀한 성을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과는 달리 각 성에 대한 데이터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듯하다. さまぁ~ずの神ギ問에서는 47개의 도도부현을 성으로 갖는 사람들을 한 명씩 전부 직접 만나서 확인하는 코너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딱히 방도가 없어 페이스북 뒤지고 예전 전화번호부 뒤지고 직접 수소문하는 등 일일이 찾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교토, 에히메, 오키나와 세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만나는데는 성공함.

물론 그 말은 곧 도쿄(東京)를 성으로 갖는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전화번호부에 한 가구밖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와 세 자녀가 사는 가구로 총 다섯 명만 도쿄란 성을 가지고 있는 셈.

한 편, 성 자체에 숨겨진 뜻이 있어서 훈독이 종잡을 수 없는 희귀한 성들도 그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지식이 없으면 읽을 수 없지만 멋지게 느껴지는 성” 앙케이트에 대한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1위는 小鳥遊(타카나시). 한자의 뜻은 ‘작은 새가 논다’란 뜻인데, 매(타카)가 없으니(나시)작은 새들이 놀 수 있다는 뜻. (한국에서는 주로 WORKING! 시리즈의 주인공 타카나시 소타(와 그걸 헷갈려하는 포푸라 선배) 때문에 유명) 2위는 月見里(야마나시). 한자 뜻은 ‘달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산(야마)이 없으니(나시) 달을 볼 수 있다는 뜻. 3위는 四月一日(와타누키). 이건 이전에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서 솜을 넣어뒀던 기모노에서 솜(와타)을 빼내기(누키) 때문에 4월 1일이라 쓰고 와타누키라고 읽는다는 것. (xxxHolic의 주인공 때문에도 유명)

4위는 一(니노마에). 2(니)의 앞(마에)이 1이기 때문인데, 이쪽은 일본 드라마 SPEC의 빌런 니노마에 쥬이치의 이름 때문에 일본 내에서 유명해진 케이스이다. 하지만 일전에 찾아봤더니 한 기사에서 씨명 연구가 모리오카 히로시가 이런 성은 실제론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만 목격담은 간혹 들려왔었다고 함. 한 블로그에서는 이 니노마에란 성을 좀 더 파고들었는데, 예전 일본 쇼프로 “스쿨 혁명”에서 “일본에서 가장 획수가 적은 이름은 2획으로 一一라 쓰고 니노마에 하지마라 읽는다”란 명제가 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즉 스펙 방영 이전 시점에도 니노마에란 훈독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 블로그의 독자 연구로는 이것도 예명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하는 등, 정확히 이 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는 아직도 불명인 상태. 일본의 네이버 지식인인 치에부쿠로에서는 “스펙의 감독 혹은 각본가가 저런 성을 쓰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서 작품에 쓰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란 내용이 있는데, 이 자체의 진위도, 그 사람이 만났단 니노마에란 이름이 본명인지 여부도 모두 불명…

5위는 九(이치지쿠)로, 한 글자(이치지)로 9(쿠)를 가리킨다 해서 저렇게 읽는다고 함. 그 외로 十(츠나시)가 있는데, 이건 1부터 9까지는 일본 고유어로 히토츠, 후타츠, 밋츠, …, 코코노츠까지 끝에 ‘츠’가 붙지만 10은 붙지 않기 때문에 츠가 없다(나시)란 뜻.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 이 역시 실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970년 TV 드라마 “고마워”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 十으로 쓰고 츠나시로 읽는 성을 썼기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함. 이렇게 니노마에나 이치지쿠처럼 실존하지 않는데 떠도는 성을 유령성씨(幽霊名字)라고 부른다.

일본은 많은 수가 자기신고로 성을 지은 이래 풀네임이 아닌 성만으로도 웬만한 그룹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구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실제로 그렇게 지어진 성들 중에선 재미있는 훈독을 가진 성들이 실재하기도 하기 때문에, 주로 픽션에서 의미를 담은 창작 성을 넣는 경우가 등장하게 되고 그게 실제로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기에 유령성씨여도 소문으로 소비되면서 그 영향을 받아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성이 아닌 이름의 경우는 픽션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 예로, 쇼프로 “수수께끼 풀이 마이 네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 남자 이름 역대 랭킹을 보면 1981년부터 갑자기 翔란 글자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翔쇼우, 翔太쇼우타(1988~1997년 남아 이름 순위 1위), 大翔히로토(2005~2011년 1위) 등등. 왜 갑자기 翔가 붐을 일으켰는지 알고보니, 일본에는 인명에 쓸 수 있는 한자가 지정되어 있고 이 글자는 70년대까지만 해도 그 리스트에 없었던 것. 하지만 만화나 영화에서 극중 이름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며 어감도 뜻도 한자 생김새도 괜찮다보니 수요가 높아졌고, 결국 1981년에 인명용 한자로 추가된 것. 사실 음독으로서의 ‘쇼우’가 아닌 훈독으로서의 ‘토’가 나오는 것도 70년대의 역사소설 翔ぶが如く에서 ‘토부’를 翔ぶ로 쓴 것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듯.

그 외에도 앞서 본 四月一日(와타누키)처럼 날짜를 성으로 쓴 경우들도 자못 흥미롭다. 한 웹사이트에서는 날짜와 관련된 성들을 모아두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것들이 있음. 실존 여부는 역시 불투명하지만, 十二月一日(시와스다)의 경우 유령성씨란 의견을 받았지만 일본 성씨 대사전에서 사이타마의 구지명에서 비롯된 성임을 밝히기도 하는 등 어느 정도의 조사가 이루어진 후 필터링된 결과물을 올리는 듯. 이쪽 웹사이트에서는 일부 이름의 뜻풀이를 나열하고 있다. 八月十五日을 なかあき/あきなか로 읽는 것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데 아마 음력 8월 15일의 中秋를 훈독으로 읽은 듯한 느낌?

여러 트윗들을 정리. 1 2 3 4 (2015/03/25, 2017/03/16, 2017/05/12,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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