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포 적분 – Borwein integrals

왜 dx가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 으른의 여유를 갖자
Source: https://www.futilitycloset.com/2018/02/02/breakdown-2/

수학 관련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적분짤을 본 적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개의 초기항들을 가지고 패턴을 예측하고자할 때 섣불리 하려다가 큰코 다칠 수 있는 예시로 자주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중학생 때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원 위에 n개의 점이 있어 임의의 두 점마다 연결하는 선분들을 그었을 때 만약 어떤 세 선분도 한 점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원 내부에 생기는 영역의 개수는 몇 개인지 묻는 문제에서 n=2,3,4,5일 때 답이 2,4,8,16으로 나온다. 그래서 혹시 답이 2^{n-1}인가 해서 증명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았는데 잘 보니 n=6일 때 영역 개수는 31이었던 것. 실제 답은 1 + \frac{n(n-1)}{2} + \frac{n(n-1)(n-2)(n-3)}{24}, 즉 \binom{n}{0} + \binom{n}{2} + \binom{n}{4}였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n=5일 때까진 2^{n-1}과 같을 수밖에 없었던 것.)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가서… 이 적분들은 David Borwein과 Jonathan Borwein(부자라고 한다)의 이름을 딴 Borwein integral로 알려져 있다. 마치 항상 \frac{\pi}{2}로 나올 것만 같았는데 정말 뜬금없는 결과가 이어지는데, 이 적분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Maple의 symbolic algebra package의 버그인 것 같다며 이 결과가 리포트됐고, Jacques Carette는 이 리포트를 받고 사흘동안 왜 이런 버그가 나타난 것인지 머리를 싸매야했다. 나중에야 이것이 버그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알고보니 이는 Jonathan Borwein의 일종의 장난 버그 리포트였던 것. MathOverflow의 한 페이지에 Jacques가 직접 그 때의 이야기를 리플로 달았다.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말 Best 500 중의 하나인 “저 글에 등장하는 누구누구가 바로 저입니다”
Source: https://mathoverflow.net/questions/11517/computer-algebra-errors/11607#11607


여기서는 왜 처음 일곱 개의 적분식은 \frac{\pi}{2}로 동일하게 나오고 여덟 번째 적분식은 \frac{\pi}{2}보다 작아지는지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Schmid의 논문[1]을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한다. (기초적인 푸리에 변환에 대한 지식이 필요)

함수 \text{sinc}(x) = \sin(x)/x는 우함수이므로 적분 범위를 0 이상의 실수에서 실수 전체로 확대하면 값이 두 배가 되니, 다음과 같이 \text{sinc}(a_k t)의 곱의 적분값을 2\tau_n으로 둔다.

\displaystyle 2\tau_n = \int_{-\infty}^{\infty} \prod_{k=0}^n \text{sinc}(a_k t)dt

여기서 a_k들은 단조감소하는 양의 실수로, 원래 적분식의 경우는 a_0=1, a_1=\frac{1}{3},a_2=\frac{1}{5}, \ldots에 해당된다.

주로 쓰게 될 재료는 다음 두 가지.

  • \text{sinc} 함수의 푸리에 변환은 직사각형 모양의 \text{rect} 함수(개구간 (-1/2,1/2)에서 1, 그 외에선 0으로 정의)가 된다.
  • 두 함수의 곱의 푸리에 변환은 각각을 푸리에 변환한 결과의 convolution(에 \frac{1}{2\pi}를 곱한 값)이 된다.

각각을 수식으로 엄밀하게 표현하면

\displaystyle \begin{aligned} \int_{-\infty}^{\infty}\text{sinc}(a_k t)e^{-i\omega t}dt =& \frac{2\pi}{2a_k} \text{rect}(\frac{\omega}{2a_k}) \\ \int_{-\infty}^{\infty}f(t)g(t)e^{-i\omega t} dt =& \frac{1}{2\pi} F(\omega)*G(\omega) \end{aligned}

가 된다.

주어진 적분식은 \text{sinc}(a_k t)의 곱의 푸리에 변환에 0을 대입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 값은 곧 \text{sinc}(a_0 t)의 푸리에 변환 결과인 \frac{\pi}{a_0} \text{rect} (\frac{\omega}{2a_0})에, \text{sinc}(a_k t)의 푸리에 변환 결과를 2\pi로 나눈 \frac{1}{2a_k} \text{rect}(\frac{\omega}{2a_k})를 순차적으로 convolution한 후 \omega=0을 대입한 것이 된다.

일반적으로 \frac{1}{2a} \text{rect}(\frac{\omega}{2a})는 넓이가 1인 직사각형 모양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F(\omega)\frac{1}{2a} \text{rect}(\frac{\omega}{2a})의 convolution은 \frac{1}{2a} \int_{\omega-a}^{\omega+a} F(\eta) d\eta, 즉 (\omega-a,\omega+a) 구간 내에서의 F의 평균값으로 볼 수 있다. 이 “평균값”이라는 것이 이후 설명에서의 기하학적 직관의 키포인트가 된다.

처음 \text{sinc}(a_0 t)의 푸리에 변환 결과인 \frac{\pi}{a_0} \text{rect}(\frac{\omega}{2a_0})은 구간 (-a_0,a_0)에서 \pi/a_0란 값이 나온다. 여기에 \frac{1}{2a_1} \text{rect}(\frac{\omega}{2a_1})과 convolution해주면, 앞에서 얻은 평균값이란 직관에 의해 구간 (-a_0+a_1,a_0-a_1)에서 계속 \pi/a_0란 값이 나오는 함수가 된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계속 k=2,3,\ldots일 때의 \frac{1}{2a_k} \text{rect}(\frac{\omega}{2a_k})를 convolution해주면,

  • a_1+a_2+\cdots+a_n \leq a_0일 때 구간 (-a_0+a_1+\cdots+a_n,a_0-a_1-\cdots-a_n)에서 \pi/a_0으로 정의되는 함수가 나와 0을 대입하면 \pi/a_0이 되고,
  • a_1+a_2+\cdots+a_n > a_0일 때는 조금씩 그래프의 개형이 아래로 “침식”되는 모양이 되어 0을 대입한 결과는 \pi/a_0보다 작아지게 된다.

아래 그림의 예시는 a_0=1, a_1=a_2=\cdots=1/2인 경우로, 두 번째 convolution까지는 0에서의 값이 유지되지만 그 이후는 그래프가 침식되며 0에서의 값도 계속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원래 문제로 돌아와서, 이 문제의 경우 a_0=1, a_1=\frac{1}{3}, a_2=\frac{1}{5}, \ldots로 세팅하면 \frac{1}{3}+\frac{1}{5}+\frac{1}{7}+\frac{1}{9}+\frac{1}{11}+\frac{1}{13}은 1보다 작기 때문에 그 적분 값은 \pi/2a_0 = \pi/2가 되지만, \frac{1}{3}+\frac{1}{5}+\frac{1}{7}+\frac{1}{9}+\frac{1}{11}+\frac{1}{13}+\frac{1}{15}는 1보다 커서 그 적분 값은 \pi/2보다 작아진다.

Elegant Math 계정에서 작성한 트윗 타래를 정리. (2018/02/26)

References

[1] H. Schmid, “Two curious integrals and a graphic proof” Elem. Math. 69 (2014) 11 – 17 DOI: 10.4171/EM/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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